지난 호 밀양인물(정·관계 편)이 처음 소개된 후 많은 독자들이 밀양인의 자긍심을 일깨울 신선한 시도였다는 전화가 많았다.
본보는 ‘아이 러브 밀양’운동의 일환으로 이번 호에는 재계와 의학계, 문화·체육 등의 인물들을 소개한다.

먼저 재계 인물로 손경식(75)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손 전 회장은 밀양시 교동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고택은 지난 2011년 말끔히 보수를 했다.
해마다 10월 묘사 때면 선산을 찾는 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오클라호마 주립대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가와 인연이 깊다. 관직에 몸담았던 부친 고 손영기 선생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삼성화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의 누님 손복남 씨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맏며느리(이명희 씨의 부인)이다. 90년 대 초 삼성화재 부회장을 역임한 그는 1995년 CJ그룹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현재까지 그룹의 총수를 역임하고 있다.
상공계 꽃이라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8년간 역임하고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FTA민간대책위 공동위원장, 서울대 발전기금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 민간위원, 제8회 국제 장애인 기능 올림픽대회 공동위원장을 거쳐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역임했다.
무안면 내진리 출신 이학수(67) 전 삼성그룹 고문은 40년을 삼성가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고 이헌저 씨의 외동으로 태어난 그는 마산중, 부산상고, 고려대 상대를 거쳐 1970년 공채로 삼성에 입사, 제일모직 경리과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1982년 그룹 회장 비서실 계열사 경영관리 담당하는 운영1팀장으로 발탁된 그는 비서실 재무담당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이건희 회장을 근 거리에서 보필했다. 1993년 삼성화재 부사장 1996년 비서실 차장, 구조조정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그는 2010년 고문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가곡동 출신 박종우(63) 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은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인 ‘1기가 D램’ 개발에 성공한 자랑스런 밀양인이다. 밀주초(19회), 동아중, 동아고, 연세대 전기공학과, 미국 퍼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반도체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던 1997년 세계 최초로 1기가 D램을 개발,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으로 쾌속 승진했다. 고 박윤규 전 신라오능 보존회시지부장의 아들이다.
초동면 신호리 출신 박종구(84) (주) 삼구 회장은 2000년 자본금 90억 원으로 (재)삼구복지재단을 설립한 후 고향의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고교생 장학금 지급 등 올해까지 13억여 원을 지원하는 등 기업이윤 고향 환원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밀양초, 경남중·고, 고려대 정외과 출신으로 평소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돈을 쓰는 것은 기술’이란 지론을 가진 그는 2000년 고려대 개교 100주년기념사업 출범식에서 대학발전기금 120억 원을 기탁, 대학 내에 ‘우당 교양관’을 건립한 인물로 화제를 모았다. 2001년부터 매년 고향 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올해도 고교 장학생 31명에게 각 110만 원 씩을 지급한 것을 비롯 소년소녀가장세대 30명, 독거노인 26명에게 매달 10만 원 씩 을 지급하는 등 연간 1억 13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그의 남모르는 고향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산외면 엄광 출신 박연차(69) 태광실업회장은 신발 나이키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인이다.
산외초등 출신인 그는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김해에 태광실업을 설립, 신발제조에 뛰어 들었다. 회사는 승승장구하여 김해 본사와 베트남 등에서 1년에 약 5000만 켤레를 생산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태광은 지난 1994년 베트남 개방 이후 국외투자 1세대 기업으로 신발 제조 업체인 ‘태광비나’를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에 설립하고, 1995년 중국 청도에 ‘청도태광’, 2013년 인도네시아 수방에 ‘TK산업’을 설립 4곳의 해외 신발생산공장체제를 구축했다. 2000년부터 9년간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역임한 그는 이런 영향력으로 자회사 휴켐스(주)가 말레이시아 천연가스 1200만t을 확보하는 한편, 베트남 화력발전소 진출에 이어 이젠 비료, 염색, 영농회사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대근(77) 전 농협중앙회장은 삼랑진농협 조합장 8선 관록으로 중앙회장에 진출한 최초의 밀양인이다. 정·관계에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뚝심의 소유자로 1988년 상임감사로 중앙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1999년 중앙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이후 농·축협이 통합한 통합 농협 1·2기 회장을 역임하며 연승가도를 달렸다. 세계농업생산자연맹 농업협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에서 농협의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중앙회장 재임시절인 2000년 9월 모교인 삼랑진초등에 교육용 786 컴퓨터 30대(5천만 원 상당)를 기증한 것을 비롯 지역 농협을 통한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이응두(75) 전 농협경남지역본부장은 엘리트 코스 출신으로 ‘농협의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농협 이론을 집대성하고 직책을 개설한 인물이다. 무안 연상리 출신으로 무안초등, 무안중, 부산고, 서울대 농대를 나온 그는 농협 입사 후 ‘협동 생산 공동판매’, ‘신토불이’등을 직접 만들고 과장시절에는 한국농협을 집대성한 ‘농협개론’을 발간, 대학교재와 중국 중앙도서관에 보관될 정도로 박식한 이론과 추진력의 소유자였다. 이외에 ‘협동대사전’을 집필하는 한편, 작목반, 영농회, 부녀회, 조합내 전무, 상무제도도 그가 만들었다.
농협 혁신, 세계화의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 좌파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신영복(73) 전 상공회대 교수는 밀양초, 밀양중, 부산상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그해 생일날 구속됐다가 20년 후인 1988년 생일날 석방됐다.
그는 1999년 4월에 고향인 밀양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양심적 고뇌와 참회하는 사람이 애정을 갖고 사는 도시가 강한 도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초대 밀양교육장을 역임한 고 신학상 선생의 아들이다. 옥중서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무안면 관동 출신 박권희 전 사명당기념사업회장 (전 국회의원) 1996년 사재 3억4천만 원을 출연, 사명당기념사업회를 설립, 1997·9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중·일 사명당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롯 한·일 간을 오가며 사명당 재조명에 발 벗고 나섰던 인물, DJ·YS와 막역한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그는 정·관계자들을 만나 민족의 스승 사명대사 재조명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등 재조명에 의욕을 불태웠다.
무안 고라리 사명대사 유적지와 땀나는 표충비 주변 성역화 사업은 친분이 두터운 김혁규 전 도지사에 요청에 이뤄진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밀양초등 (48회) 출신 이긍희(69) 전 MBC사장은 밀양출신으로는 대표적인 방송 경영인 출신이다. 용평동 출신으로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인 그는 1970년 MBC에 프로듀서로 입사한 뒤 오락과 교양 프로그램 연출자를 거쳐 교양제작국장, 정책기획실 이사, MBC프로덕션 사장, 편성실장, 대구 MBC 사장을 역임하다 2003년 3월 MBC 사장으로 선임됐다.
문화계 인물로는 한국 가요계의 거성(巨星) 작곡가 고 박시춘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애수의 소야곡’,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 등 가요 인생 60여 년 동안 2천여 곡을 작곡, 우리 민족의 숱한 애환을 달랬던 그는 1996년 6월30일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밀양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인이 태어난 내일동 아동산 기슭 영남루 인근에 옛집을 복원하고, 아랑제 기간 중에 박시춘가요제(현 밀양아리랑가요제)를 여는 등 공적 선양에 나섰으나 안타깝게도 친일 인물로 분류되어 가요제 명칭이 변경되는 등의 아픔을 겪었다.
대한민국 전통춤의 국보 고 하보경 옹은 살아생전 국내는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등 해외에서 밀양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자랑스런 밀양인이다.
타고난 재능과 끼를 가진 고인은 밀양백중놀이가 제주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데 수훈값을 했고, 그 공로로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 후 범부춤, 오북춤, 양반춤 등으로 구성된 밀양백중놀이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백 회의 공연을 갖는 등 당대 최고의 전통예술가로 인정받았다. 1997년 12월2일 9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제1회 밀양시민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5면에 계속